4월에 접어들며서 완연한 봄 날씨와 함께 화사한 벚꽃이 만개하고 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반가운 친구를 맞이하는 사람들처럼 따스한 봄바람과 아름다운 꽃을 만끽하는 상춘객들로 곳곳이 붐빈다.

그러나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다.

계절성 알레르기는 봄(4~5월)과 가을(9~10월)에 악화되며 봄에는 오리나무, 개암나무, 자작나무, 느릅나무, 버드나무, 삼나무 꽃가루가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봄철 가장 흔한 것이 벚꽃이다 보니 '꽃가루 알레르기'하면 벚꽃이 떠오르지만, 벚꽃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인자가 아니다. 벚꽃놀이를 갔는데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났다면 주변에서 날아온 풍매화 가루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풍매화는 자작나무나 오리나무, 밤나무, 참나무 등이다.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은 주로 발작적인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등이지만, 증상이 심하면 삼출성 중이염, 부비동염(축농증), 인후두염, 가려움, 두통까지 동반된다.

비염하면 글자 그대로 코에 염증이 생겼다는 뜻인데, 귀에 염증을 의미하는 '삼출성 중이염'은 무엇일까?
난청중점 김성근이비인후과 김성근 원장은 "삼출성 중이염은 중이 내에서 일어나는 염증성 변화를 말하는데, 이는 알레르기나 바이러스 질환에 의해 이관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면서 "즉 비염으로 인해 콧속에 염증이 발생하면 이 염증이 코와 귀를 연결하는 이관에 영향을 주어 삼출성 중이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출성 중이염이 자주 발생하는 사람에게 봄꽃은 달갑지 않은 '불청객'이라고 볼 수 있다.

삼출성 중이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귀 먹먹함과 같은 난청이다. 이때 귀가 먹먹해지는 이유는 고막 속 중이에 물, 즉 삼출액이 차기 때문이다. 삼출성 중이염은 통증을 일으키지 않지만, 이를 오랜 기간동안 방치한다면 유착성 중이염이나 감각신경성 난청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김성근 원장은 "평소 환절기에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있고 소리가 잘 안들린다면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귀를 검사받는 것이 좋다. 삼출성 중이염이 발생하면 주변 소리가 먹먹하게 들리거나 본인의 목소리가 왜곡되어 들리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여러 어려움을 야기한다"고 말했다.
삼출성 중이염은 청력이 약한 난청인에게 잘 발생한다. 평소 주변 소리가 안 들려 어려움을 겪는 난청인에게 삼출성 중이염이 발생한다면, 난청인은 주변 소리를 더욱 못 듣게 된다.

이는 보청기를 착용하는 난청인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보청기가 난청인의 청력에 맞게 소리를 증폭한다고 하더라도, 삼출성 중이염으로 인해 귀가 먹먹해지면 보청기 소리도 그만큼 작게 느껴진다. 따라서 난청인은 본인의 청력이 더욱 떨어졌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삼출성 중이염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청력이 갑작스럽게 떨어지므로, 그에 맞는 치료를 이비인후과에서 빠르게 받는 것이 중요하다.

김성근이비인후과 김성근 원장은 "이비인후과에서는 약물치료를 하거나, 고막을 부분적으로 절개하거나, 고막에 인공 환기관을 넣어 이를 치료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치료는 떨어진 청력을 즉각적으로 회복시킨다. 보청기를 사용하는 난청인도 마찬가지이다. 갑자기 소리가 잘 안 들린다면 보청기 소리를 더 크게 조절 받는 것 대신, 귀 질환이 있는지를 점검받아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삼출성 중이염이 발생했음에도 자신의 귀 상태를 모른 채 보청기 소리를 더 크게 조절받다가 청력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원장은 "환절기에 이전보다 주변 소리가 잘 안 들리고 귀가 먹먹하다면 빠른 시일 내에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귀 상태를 점검받아 봐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