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절기로 인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우리 몸은 일교차가 커질수록 체온 조절을 위해 여러 번 열을 만들거나 내보내는데, 이때 자율신경 균형이 쉽게 깨질 수 있다. 필요 이상의 에너지가 소비되면 피로감을 쉽게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

특히 이맘때쯤 피로감에 취약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난청인이다. 2023년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에 게재된 한 논문에 따르면 존스홉킨스대학 연구팀이 피로감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난청인일수록 일상에서 피로감을 느낄 확률이 정상 청력을 가진 사람보다 2배가량 높았다. 이는 난청인이 남들과 똑같은 시간을 일하고 휴식을 취하더라도 일반 청력을 가진 사람보다 더 빨리 피곤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난청중점 김성근이비인후과 김성근 원장은 "난청은 주변 소리, 특히 말소리를 알아듣는 데 어려움이 있는 증상을 의미한다"면서 "이러한 난청 증상은 평소 필요 이상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한다. 예를 들어 난청의 유형 중 가장 흔한 고주파 난청이 있을 경우, 소음이 있는 환경에서 대화를 할 때 ㅅ, ㅈ, ㅊ, ㅌ와 같은 단어의 발음을 구별하기 어렵다. 이는 말소리를 알아듣는데 어려움을 유발하여 대화할 때마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이어 "난청인은 상대방의 입 모양을 유심히 본다던지, 귀를 기울이는 제스쳐를 취하는 등 상대방에게 필요 이상으로 집중한다"며 "대화할 때마다 과도하게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 난청인은 다른 활동을 하기도 전에 쉽게 피곤해진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난청은 조용한 밤에 이명을 일으켜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명은 주변이 조용한데도 귓가에 정체불명의 소리가 들리는 증상을 말하는데, 이는 난청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이명으로 인해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은 밤중에 '윙', '쐬', '삐'와 같은 소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불편함을 호소한다.

김성근이비인후과 김성근 원장은 "난청인 중 이명으로 인한 장기간의 피로 누적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 많다"며 "이명은 난청이 진행될수록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므로, 난청으로 인한 이명이 심하다면 하루 빨리 청력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난청으로 인한 피로감은 밑 빠진 독에 아무리 물을 부어도 채워지지 않듯이 올바른 관리 없이는 해결되지 않는다.

난청인의 피로감을 해결하는 지름길은 난청 증상을 적극 관리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난청 관리법은 보청기와 같은 청력 보조기구를 착용하는 것이다. 보청기는 주변 소리, 특히 말소리를 알아듣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여 난청인이 대화할 때 많은 부담을 덜어준다. 김성근 원장은 "소음이 있는 상황에서 난청인에게 보청기를 끼게 한 경우와 끼게 하지 않았을 때를 비교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보청기를 꼈을 때 난청인의 전두엽 활성 정도가 끼지 않았을 때보다 낮았다. 이는 난청인이 대화할 때 보청기를 착용할 경우 필요 이상의 에너지가 소비되지 않는 것을 뜻한다'면서 "보청기를 착용해 청력 관리를 시작한다면, 난청으로 인한 이명 또한 관리할 수 있고, 주변 소리를 잘 듣게 되면, 이명의 빈도수와 정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누구나 아무리 쉬어도 피로감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하루 하루가 고되고 힘들다. 이때 나를 피곤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 김 원장은 "평소 대화를 할 때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힘들고, 밤에 이명으로 인해 잠들지 못한다면 가까운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청력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난청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나이가 젊어도 난청 증상이 있다면 누구나 청력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