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직장인들로 붐비는 식당에서 지인을 만난 A 씨는 어딘가 불편함을 느낀다.
상대방의 말소리가 잘 안 들려 연신 고개를 돌려 귀를 기울이는 제스처를 취하거나 '뭐라고?'라며 되묻기도 한다. 상대방에게 더 이상 되묻기가 부담스러워진 A 씨는 말소리를 알아듣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알아듣는 척을 한다. 집에 돌아온 A 씨는 자신의 부주의로 인해 말소리를 못 알아들은 것인지 고민하지만 별일이 아닐 것이라 생각하고 잠에 든다.

만일 당신에게 A 씨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때는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반드시 청력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난청중점 김성근이비인후과 김성근 원장은 "A 씨와 유사한 경험을 한 사람들은 분명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단어들이 불분명하게 들린다고 말한다. 마치 성에가 낀 안경으로 뿌연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내가 듣고자 하는 사람의 말소리가 또렷하게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리 귀를 기울이고 신경을 써봐도 어떤 한계에 다다른 듯이 상대방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아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한다"면서 "이는 난청의 신호일 수 있으므로 빨리 청력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주변이 조용해지면 말소리가 다시 잘 들린다고 안심할 수 있지만, 조용한 곳에서는 중도 난청인도 말소리를 잘 알아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소음이 있는 상황에서 말소리를 못 알아듣는 것이 왜 난청의 증상이라고 볼 수 있을까?
정상 청력을 가진 사람은 주변이 소란스러워도 상대방의 말소리를 잘 알아들을 수 있다. 시끄러운 공간에서도 상대방의 말소리만을 구별해 잘 알아듣는 것을 '칵테일 파티 효과'라고 한다. 칵테일 파티 효과는 1953년 영국 인지심리학자 에드워드 콜린 체리(Edward Colin Cherry)가 만든 용어로 선택적 청취를 뜻한다. 김성근 원장은 "주변이 소란스러워도 상대방의 말소리를 잘 알아들을 수 있는 까닭은 우리가 소리를 들을 때 청각기관의 청력뿐 아니라 뇌의 인지능력을 함께 활용하기 때문이다"라며 "우리의 뇌는 외부에서 들어온 소리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게 하는 대신,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에만 선택적으로 집중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칵테일 파티 효과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청력과 인지능력이 함께 작용할 뿐만 아니라, 서로의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것이다. 청력이 떨어지면 인지기능도 떨어지고 청력이 관리되면 인지기능 또한 관리된다. 예를 들어 난청으로 인해 소리 자극을 잘 못 받게 되면 우리의 뇌는 듣고자 하는 소리를 가려듣는 인지기능이 떨어진다.

김성근이비인후과 김성근 원장은 "난청이 진행될수록, 시끄러운 곳에서 상대방의 말소리를 못 알아듣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칵테일 파티 효과'를 보지 못하게 되면 청력의 저하 뿐만 아니라 소리를 선택적으로 집중해 듣는 인지능력 또한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가 듣고자 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안 들리는 것 만큼 답답한 일도 없다. 시끄러운 주변 탓을 할 수 있겠지만, 상대방이 내 말소리를 잘 알아듣고 나만 잘 못 알아듣는다면 괜스레 주눅이 들 수 있다. 김성근 원장은 "나에게 난청이 있는지 의심된다면 남아있는 청력이 악화되기 전에 빨리 청력검사를 받고 청력 관리를 해줘야 한다. 한 번 손상된 청력 기관은 회복이 어려우므로 이미 난청이 진행되었다면 남아있는 청력을 보존하는 데 힘써야 한다. 난청의 단계 중 가장 초기인 경도 난청을 판정받는 경우에는 평소 이어폰 사용을 자제하거나, 시끄러운 곳에 방문하는 것을 자제하는 등 청력을 보호하는 습관을 들이고 보청기 착용과 같은 청력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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