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의 조절 과정을 테일러링(tailoring)이라고 한다. 본래 이 용어는 양복을 구매할 때 고객의 몸에 딱 맞도록 재단한다는 뜻인데, 보청기 또한 착용자의 청력 상태에 딱 맞게 조절되어야 한다는 뜻에서 이 단어가 사용된다. 보청기는 안경처럼 조절과 맞춤이 필수적이다. 나에게 맞지 않는 보청기를 구매하고 이를 조절받지 않으면 도수가 맞지 않는 안경을 착용하고 다니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청기 구매와 조절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비인후과 의사와 청각사의 도움인데, 이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비인후과 의사와 청각사는 보청기 효과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보청기는 작은 소리를 증폭해 줄 뿐 아니라 청력 재활을 도와주어 난청인에게 필수적인 의료기기이지만, 전문가 도움없이 개인에게 맞지 않는 보청기를 착용하면 청력 재활의 효과를 기대하지 못할뿐더러 청력 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2018년 '보청기 관련 고령 소비자 불만 동향 및 시사점'연구에 따르면 보청기 소비자 문제 상담 중 제품 및 관련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37.4%로 가장 높았다. 즉 서비스의 질이 보청기 착용 만족도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보청기 서비스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청각사의 협진을 통해 이뤄진다. 이비인후과 의사와 청각사는 청력 검사, 구매 전·후 기기 조절, 기기 청소와 관리, 청각 재활 관리 등의 서비스를 모든 난청인에게 제공해야 한다. 보청기 구매와 조절 때 이렇게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하는 이유는 난청인 개개인에게 맞는 보청기를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의 난청의 종류와 정도, 그리고 소리에 대한 예민도는 다르기 때문에 보청기를 구입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청력검사는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통해 이뤄지는데 이를 통해 개인의 난청 정도와 난청의 특성, 귀의 상태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검사 후 보청기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청각사와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도움을 통해 나에게 맞는 보청기를 추천받을 수 있다. 그 후에는 청각사의 보청기 조절 과정이 필요하며, 이는 보청기 구매 후에도 여러 번 이뤄져야 한다. 자주 보청기를 조절할수록, 구매한 보청기가 본인에게 잘 맞게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뿐만 아니라 보청기 사용때 귀 건강에 이상이 생길 경우에는 이비인후과 의사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처럼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보청기 서비스가 불충분할 경우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아직도 많은 소비자는 보청기를 착용만 하면 잘 들릴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지만, 이는 실망스러운 결과의 원인이 된다.

보청기 소비자들의 불만은 보청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보청기로 청력 재활의 효과를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청력이 악화하도록 방치하는 난청인이 많아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난청인을 위한 전문적인 보청기 서비스가 구축되기 위해서는 청각 전문가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보청기는 착용만 하면 끝인 것이 아니므로 전문가들의 관리와 서비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본인이나 지인이 보청기를 고려하고 있다면,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청각사의 꾸준한 사후관리가 이루어지는 곳에서 보청기를 알아보는 것이 좋다.

[김성근이비인후과의원 김성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