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보청기 지원금이 확대되면서 최근 보청기를 알아보는 난청인이 많다. 이는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보청기를 구입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보청기는 구입 자체보다 사람마다 청력 손실 정도가 달라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청각사, 상담사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난청 원인이 무엇인지, 보청기 착용이 필요한지, 착용 후 청력 교정 효과를 볼 수 있는지 등 정확한 검사와 진단, 상담 후에 보청기 구매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직업과 주변의 소음 정도, 취미활동 등을 고려해 보청기를 선택해야 최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임의로 보청기를 구입해 소리나 기능이 자신의 귀에 맞지 않으면 남아 있던 청력까지 손실될 수 있다.

이처럼 보청기를 구매할 때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보청기의 섬세하고 복잡한 기능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보청기는 소리를 증폭하는 기기라고만 알고 있다. 하지만 보청기 기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난청은 귓속 달팽이관과 신경 손상, 그리고 뇌 기능 장애까지 동반하기 때문에 단순히 소리만을 증폭시켜 청력을 되찾을 수 없다.

가장 이상적인 보청기는 착용자 청신경에 손상을 일으키지 않을 만큼 소리를 증폭하면서 불필요한 소음을 줄여 난청인이 듣고자 하는 소리만 잘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보청기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착용자의 환경에 맞게 기능해야 하는데, 이는 보청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청각사에 의해 조절될 수 있다. 게다가 난청인이 보청기를 편리하게 사용하려면 주변 소리가 자연스럽게 들려야 하는데, 이 또한 청각사들의 보청기 조절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보청기는 조절되더라도 착용자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처음 보청기를 사용하는 난청인은 오랫동안 잘 듣지 못했던 소리를 잘 듣게 돼 일상 소음이 낯설고 불편하게 들릴 수 있다. 이는 난청인의 뇌가 소리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렸기 때문인데, 어느 정도 적응 기간을 거치면 사라진다.

보청기는 의료기기지만, 청각사의 도움만으로 난청인에게 잘 맞는 보청기를 찾기 어렵다. 보청기 구매와 선택, 유지 과정에는 귀 구조, 청력과 함께 보청기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춘 이비인후과 의사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보청기를 구매하기 전에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약물이나 수술적인 치료로 청력 회복이 가능한지 확인해봐야 한다.

보청기 처방이 필요한 경우에는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난청인의 난청 유형과 외이도의 해부학적 구조를 파악해 이에 맞는 보청기를 처방해 줄 수 있다. 보청기를 조절할 때도 이비인후과 의사에게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비인후과 의사는 실이측정 검사의 처방을 통해 난청인에게 해당 보청기가 잘 맞는지 확인하고 난청인의 귓구멍 구조, 고막 형태 등을 고려해 보청기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보청기의 사후관리도 전문의 도움으로 이뤄지는데 이때 청각의 변화나, 외이도 습진, 고막염 및 중이염 악화 등 보청기 착용 시 생길 수 있는 질환에 적절한 치료가 이뤄진다.

상담사 도움도 보청기 구매, 사용, 사후관리 시 필요하다. 상담사는 난청인의 주변 환경과 요구사항을 분석해 난청인이 보청기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착용자들을 추적 관찰 및 교육해 보청기 사후관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상담사가 수집한 정보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청각사가 난청인에게 더 잘 맞는 보청기를 고르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처럼 보청기를 고르고 조절하는 과정은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청각사, 상담사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

[김성근 김성근이비인후과 원장]

출처 : 22년 7월 13일 매일경제

섬세하고 복잡한 의료기기 보청기…의사·청각사와 상담통해 구입해야 (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