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의 기온 차이가 큰 요즘, 단풍으로 물든 만산홍엽의 늦가을 정취를 만끽하려는 나들이객들로 전국 곳곳이 붐비고 있다.
환절기에는 호흡기 질환 및 감염병 예방을 위해 외출 때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옷을 따뜻하게 입는 것이 좋다. 특히 마스크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다양한 목적으로 언제든지 착용할 수 있도록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실내 혹은 실외 마스크 의무착용이 해지되었지만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마스크는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 감염병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일 뿐 아니라, 추운 날씨에 따뜻한 공기를 가두어 콧속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 주는 좋은 수단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마스크에도 단점이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말소리가 안 들려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스크는 착용 때 코와 입을 가려 말소리를 왜곡한다는 단점이 있다. 노원을지대병원 이비인후과 심현준 교수 연구팀이 소음 환경에서 난청인과 비난청인을 대상으로 언어인지력을 측정한 결과, KF94 마스크 착용 때 두 부류의 언어인지력이 감소됨을 발견했다. 특히 난청인이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 겪는 언어인지력의 감소 정도가 비난청인의 경우보다 높았다. 따라서 난청인이건 비난청인이건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화할 때 말소리가 왜곡되어 언어인지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스크는 착용 때 말소리를 왜곡할 뿐만 아니라, 표정과 입 모양을 가려 대화를 어렵게 한다. 우리는 대화할 때 청각적 정보 뿐 아니라, 시각적 정보도 받아들인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상대방의 표정에 따라 다른 의미를 나타낼 수 있고 대화 중 듣지 못한 말소리를 입 모양을 통해 유추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대화할 때 시각적 정보를 활용하는데 말소리를 잘 못 알아듣는 난청인의 경우에는 이 시각적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난청인은 상대방의 표정과 입 모양을 보고 잘 들리지 않는 말소리를 유추하기 위해서다.

난청중점 김성근이비인후과 김성근 원장은 "표정과 입 모양은 대화 때 난청인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시각적 정보가 되는데, 마스크는 이를 가려 난청인이 대화하기 어렵게 한다"며 "실제로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마스크 쓰기가 일상화되면서 대화에 어려움을 겪은 후 난청이 있음을 자각하는 사람이 증가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마스크는 감염병 예방에 좋은 역할을 하지만, 난청인이 대화할 때 불편감을 야기한다. 이때 난청인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이다. 보청기는 난청인의 언어인지력을 향상해 주는데, 이는 마스크를 착용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김성근 원장은 "소음 환경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때 보청기를 쓸 경우 난청인의 언어인지력이 향상됐다"며 "이를 통해 보청기가 마스크로 인한 소리 왜곡 효과를 일부 보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마스크와 보청기를 함께 착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보청기는 매우 작기 때문에 착용할 때 분실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따라서 보청기를 착용할 때는 귀 주변에 보청기에 걸리는 것이 없게 하는 것이 좋다. 귀에 거는 개방형 보청기는 마스크를 착용할 때와 같이 귀에 거는 방식으로 착용하는데, 이때 보청기가 분실될 위험이 있다.

김성근이비인후과 김성근 원장은 "개방형 보청기와 마스크를 함께 착용하다가 마스크를 벗으면 보청기가 함께 딸려 나올 수 있다"면서 "이를 방지하려면 보청기를 착용한 후 마스크를 착용할 때 마스크의 밴드를 보청기의 바깥쪽, 즉 보청기와 귀 사이에 걸어야 한다. 마스크 밴드 고리를 활용해 마스크 밴드가 목뒤로 지나가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보청기를 분실할 걱정 없이 마스크를 벗고 착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